남자 테니스 역사상 가장 많은 23번의 그랜드 슬램 우승. 호주 오픈 우승 10번, 프렌치 오픈 우승 3번, 윔블던 우승 7번, US Open 우승 3번. 총 94개의 우승 트로피와 38번의 마스터스 1000시리즈 우승. 역대 최초로 모든 마스터스 1000짜리 대회를 다 두 번 이상 우승한 골든 마스터스 기록. 역대 최장기간인 389주 (대략 7년 ㄷㄷ)동안 세계랭킹 1위. 통산 1064승 211패, 83.5% 승률을 자랑하고 있는 노박 조코비치, 그는 대체 어떤 사람일까요?
조코비치는 세르비아와 코소보 사이에 있는 산골 마을 Kopaonik이라는 도시에서 자랐습니다. 조코비치 부모님은 피자집을 운영하면서 힘겹게 생활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유고슬라비아 정부가 조코비치 부모님 식당 근처에 테니스 코트 3면을 짓게 됩니다. 우리나라로 치면 박정희 정부 때 주택 건설 촉진을 위해 아파트 단지 내에 테니스장들을 지었던 것과 비슷한 거 같습니다. 조코비치는 운명처럼 4살 때 테니스라켓을 잡게 됩니다. 그런데 그의 테니스 커리어는 순탄하지 않았습니다.
조코비치는 1999년 11살의 나이에 코소보 전쟁을 맞이합니다. 자신이 살던 아파트 근처에 폭탄이 터져서 할아버지 집으로 대피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어머니는 한 때 충격에 의식을 잃고 쓰러지셨다고 합니다. 아버지는 어머니를 깨우고 조코비치와 두 남동생들을 데리고 대피했다고 합니다. 조코비치는 그 때 봤던 수많은 피난민들, 도로 위를 날아다니는 전투기들, 사방에 떨어지는 폭탄들은 아직도 자신에게 트라우마로 남아있다고 합니다.
조코비치 가족은 여기 저기 거처를 옮겨다니자 집에 돈이 다 떨어졌고, 5명의 가족들 - 조코비치 부모님, 본인, 그리고 남동생 둘 -이 한 침대에서 자는 날이 많았다고 합니다.
어느 날 조코비치 아버지가 식탁에 10달러를 올려놓습니다. “이게 우리가 가진 전부이다. 우리는 가진 게 거의 없고, 앞으로 버는 모든 돈을 조코비치의 테니스에 투자할 것이고 안타깝게도 동생들에게 뒷바라지는 못해줄 거 같다”. 실제로 두 남동생들은 테니스를 사랑했지만 결국 그만두게 되었습니다.
조코비치 역시 쉽지 않았던 게, 테니스장에서 테니스를 치면서 전쟁 사이렌을 듣고 뭔가 터지는 소리를 듣는 일이 비일비재했다고 합니다. 어린 시절 조코비치가 인터뷰에서 테니스는 취미가 아니라 일이라고 대답하는 걸 봤는데, 참 안타까웠습니다. 그는 너무나도 힘들었던 어린 시절을 상상하기도 싫지만 그의 역대급 강철 멘탈 형성에는 많은 도움이 되었다고 합니다.
조코비치는 엄청난 부담감과 스트레스를 이겨내면서 2007년 20살의 나이에 탑3까지 올라갑니다. 그런데 조코비치가 2010년까지 그랜드슬램 우승에 총 24번 도전했는데 2008년 호주 오픈 우승 빼고 대부분 4강, 8강 정도에서 떨어진 거 아시나요? 심지어 조코비치는 2010년에 은퇴를 하려고 했는데, 이에 관련된 유명한 일화가 있습니다.
2010년 프랑스오픈 8강에서 지고 조코비치는 코치 Marian한테 테니스를 그만두겠다고 말합니다. “조코비치의 두 번째 아버지”라고 불리는 Marian은 놀랍게도 곧바로 조코비치의 문제를 곧바로 파악하고 묻습니다. “4살 때 왜 이 스포츠를 시작하게 됐니?”
Marian은 조코비치가 너무 랭킹, 기록, 타이틀에 신경을 많이 쓰다가 번아웃이 왔다는 걸 직감했습니다. 조코비치는 “나는 이 스포츠를 사랑해서 시작한건데 요즘 내 멘탈은 완전히 부서졌다”고 고백합니다.
코치는 묻습니다 “여전히 테니스라켓을 잡고 테니스 치는 걸 좋아하니?” 조코비치는 “네. 그랜드슬램 결승에서 치는 거나 동네 코트에서 친구들이랑 치는 거나 상관 없고 저는 테니스 그 자체를 좋아합니다”
코치 Marian이 말합니다 “그럼 됐다. 그게 바로 너의 내적 동기부여가 되었으면 좋겠다. 랭킹, 남들의 시선, 기록 다 신경쓰지 말고 테니스 자체를 즐겨보자. 그리고 우리 몇 주 휴가내고 쉬었다가 다시 보자!”
조코비치는 이에 동의합니다. 그리고 휴가는 커녕 다음 날 테니스장에 나타나서 훈련을 다시 시작했습니다. 잠시 잊고 있었던 동기부여를 되찾은 이후로 조코비치는 2011년 역대 남자 테니스 역사상 최고의 성적을 거둡니다. 41연승 기록을 세우고 그랜드슬램 3개를 우승했으며, 70승 6패로 시즌을 마감합니다. 그리고 2011년 이후로 여태까지 22번의 그랜드슬램 우승을 차지합니다.
사실 2011년부터 조코비치가 초싸이어인으로 변신하게 된 또다른 이유가 있습니다. 바로 그의 식단 변화입니다.
20대 초반 조코비치는 경기 중 에너지 저하와 여러가지 통증으로 인해 시합 도중 기권하는 일이 꽤 많았습니다. 2011년 세르비아의 Igor 박사의 진단을 통해 조코비치는 글루텐 알레르기가 있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그는 식단에서 글루텐이 들어가는 빵 같은 밀가루 음식을 아예 빼고, 소화하는 데에 많은 에너지가 소요되는 빨간 소고기, 돼지고기 역시 제외했습니다. 현재도 그는 채식, 과일 위주의 식단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는 곧바로 컨디션이 좋아지고 에너지가 샘솟는 걸 느꼈다고 합니다. 참고로 역대 최고의 농구 선수들 중 하나인 르브론 제임스, 역사상 최고의 쿼터백 탐 브래디 역시 조코비치와 비슷한 식단을 갖고 있습니다.
조코비치는 또한 하루에 2시간 스트레칭, 1시간 이상 명상 등 오래오래 선수 생활을 하기 위해 몸과 마음을 철저히 관리하고 있습니다. 어린 시절 엄청난 고생, 역경을 극복한 의지, 주변 사람들의 도움, 철저하고 꾸준한 관리를 통해 조코비치는 역대 최고의 테니스 선수가 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